2026.07.09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때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편리한 가’에 있었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적은 노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곧 좋은 서비스로 여겨졌다. 클릭 한 번이면 결제가 끝나고, 다음 날이면 상품이 도착하며, 원하는 정보는 검색 몇 초 만에 손에 들어온다. 이때 소비자가 체감하는 ‘좋은 경험’은 거의 속도와 편의성으로 환원됐다.
하지만 편리함이 극단으로 치닫자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겼다. 차별화가 무너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린 결과, 도착 지점이 비슷해졌다. 속도는 상향 평준화됐고, 가격 비교는 투명해졌으며, 사용자 경험은 점점 비슷해졌다. 어떤 플랫폼에서 구매하든, 어떤 앱을 사용하든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편리함은 기본값이 됐고, 더 이상 선택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편하다’는 말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어려워졌다.
편리함만으로는 사람들이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연구로도 증명된다. 2011년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이케아의 플라스틱 수납 상자를 두고 한 그룹은 가이드북을 보고 상자를 직접 조립하게 했다. 다른 그룹은 이미 완성된 똑같은 상자를 구경하고 검사만 하게 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이 상자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는지 경매를 부쳤다. 실험 결과 직접 조립한 그룹은 아닌 그룹보다 상자의 가치를 63% 높게 책정했다. 자신의 수고가 들어간 순간 제품에 객관적인 가치를 넘어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더 쉽게’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경쟁의 축이 ‘기능’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수고의 설계’다.
편리함 이후, 브랜드의 다음 전략
최근 주목받는 브랜드들은 일부러 과정을 남긴다. 사용자에게 선택을 맡기고, 시간을 들이게 하고, 물리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단순히 결과를 제공하는 대신, 그 결과에 도달하는 경로를 경험으로 만든다.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출처 DISPO 공식 홈페이지
사진 공유 앱 디스포(DISPO)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앱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필름 카메라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야 사진이 ‘현상’된다. 사용자는 기다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즉시성’을 제거한 설계다. 디지털 시대에서 ‘즉시 확인 불가’는 명백한 불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이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 된다. 기다리는 동안 사용자는 사진에 대한 기대를 품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작은 감정의 폭발을 경험한다. 짧은 지연이 감정의 간격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사진 한 장의 무게가 달라진다. 즉시 소비되고 잊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얻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케아(IKEA)는 오프라인에서 같은 전략을 펼친다. 가구를 완제품 상태로 제공하지 않는다. 구매자는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직접 조립해야 한다. 설명서를 읽고, 부품을 맞추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제품의 일부를 소비자가 완성하도록 남겨둔 셈이다. 이 과정은 분명 번거롭다. 그러나 완성된 가구를 바라보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만든 사람’이 된다.
출처 IKEA 공식 홈페이지
심리학에서는 이를 ‘노력 정당화’ 혹은 ‘이케아 효과’라고 부른다.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대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다. 들인 시간이 곧 가치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브랜드가 설계하는 수고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오히려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기억의 깊이를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불편이 아니라 ‘의도된 마찰’에 가깝다.
쉽게 주지 않는 브랜드의 방식
이 지점에서 현대카드는 일찍부터 다른 방향을 선택해 온 브랜드다. 현대카드는 '쉽게 소비되는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고, 찾고, 머무르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왔다. 편리함보다 '관여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셀프 쿠킹'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의 '셀프 쿠킹'이 대표적이다. 3층에 자리한 '키친'에서 쿡북 속 레시피를 직접 만들며 오감을 동원해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오는 8월까지는 유럽의 치즈 문화와 식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쿡북 'A Year in Cheese'에 등장하는 메뉴인 '브르타뉴 갈레트'를 만들어볼 수 있다. 1층에 위치한 'Deli'에서 셰프가 요리한 '쿡북 메뉴'를 맛보는 것보다 조금 수고스러울지라도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셀프 쿠킹'은 현대카드 DIVE 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편리함이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한다면, 수고는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을 쉽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에서 불편을 남길지, 어디에서 사용자를 개입시킬지 정교하게 설계한다. 그 설계가 곧 경험이 되고, 경험이 곧 브랜드가 된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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