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인재’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떠올립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유롭게 다루며,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익히는 사람. 오랫동안 우리는 이런 모습을 디지털 인재의 전형으로 여겨 왔습니다. 채용의 문턱에서도 전공과 보유 기술이 가장 앞선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일상이 되고 기술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경쟁력은 더 이상 뛰어난 기술을 가진 몇몇 전문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와 연결하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특정 부서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일이 되면서, 그 일을 감당할 인재의 정의 역시 넓어지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하는 능력
과거 디지털 조직의 역할은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조직은 기업의 핵심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조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함께 묻는 자리로 옮겨온 것입니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뛰어난 개발자만 있다고 해서 좋은 서비스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이해해야 하고, 금융 규제를 고려해야 하며,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서비스가 출시된 뒤에는 마케팅과 운영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나의 서비스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손을 맞출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결국 디지털 조직의 경쟁력은 개인 역량의 총합이 아니라, 그 역량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가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전공이 경쟁력이 되는 이유
디지털 직무 채용에서는 지금은 전공 그 자체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사고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전공을 거쳤는가보다, 그 전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눈을 갖게 되었는가가 관건입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결합될 때, 한 사람의 시야로는 닿지 못하는 수준의 혁신이 만들어집니다.
세계경제포럼(WEF) 'Futre of Jobs Report 2025'
이는 단지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발간한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서 앞으로 5년간 AI와 빅데이터 역량이 빠르게 커지는 동시에, 창의적 사고, 유연성, 호기심 등 비기술적 역량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 도입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고, 이를 고객 경험과 서비스 혁신으로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는 한 가지 전공이나 한 가지 직무 경험만으로 풀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다양성이 저절로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경이 다른 사람을 모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차이는 오히려 갈등과 비효율로 남기 쉽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일과, 그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일은 엄연히 다른 과제인 셈입니다. 직군 사이의 경계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관점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협업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놓고 부딪히고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의 성과로 묶어내는 힘이 됩니다.
다양한 경력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듭니다
디지털 인재의 다양성은 이전에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도 그 자체로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플랫폼 기업에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만들어 본 사람, 금융회사에서 리스크와 규제를 몸으로 익힌 사람, 스타트업에서 빠른 실행을 경험한 사람, 컨설팅에서 문제 해결의 훈련을 받은 사람은 저마다 다른 관점을 지닙니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현대카드가 디지털 인재를 IT 전공자나 개발 직군으로 한정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최근 Digital 부문 임직원의 전공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3%는 과학·공학 등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계열이 아닌 인문·디자인 계열 전공자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디지털 조직 안에서도 기술, 기획, 디자인,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다양한 배경의 인력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다양성은 전공뿐 아니라 이전 경력에서도 확인됩니다. 현대카드가 Digital 부문 임직원의 이전 회사 경력을 살펴본 결과, 약 50%는 디지털·IT 기업 출신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유통, 교육, 게임, 컨설팅,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현대카드의 디지털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카드가 디지털 역량을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능력에만 두지 않고, 기술과 데이터, 금융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와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는 역량까지 포함해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배경은 단순한 다양성을 넘어, 기술과 데이터가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적 배경은 고객과 사회의 변화를 읽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 역량은 복잡한 금융 서비스를 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유통, 게임, 헬스케어 등 다른 산업을 경험한 인재들은 금융업 내부의 시각만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관점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강조해온 인재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맥킨지와의 대담에서 디지털 인재의 개념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인재는 디지털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 전반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더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AI의 발전은 디지털 인재의 개념을 또 한 번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직접 개발하는 능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었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술 그 자체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고객을 이해하는 능력,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 그리고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역량이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디지털 조직은 오히려 더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사람, 고객을 이해하는 사람,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이 함께할 때 AI 역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HR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디지털 인재의 정의가 넓어졌다는 것은, 사람을 뽑는 기준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채용을 책임지는 HR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이력서를 읽는 눈입니다. 어떤 전공을 했는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람이 자신의 배경을 무기 삼아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연결해 왔는지를 봅니다. 화려한 스펙보다, 서로 다른 영역을 오가며 문제를 풀어 본 경험이 더 또렷한 신호가 됩니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이 관점은 채용의 실무를 바꿉니다. 채용 공고에서 특정 전공과 기술 스택을 나열하는 대신, 그 팀이 다음 분기에 실제로 풀어야 할 문제를 문장으로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원자의 출신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먼저 보입니다. 면접에서도 ‘어떤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정의했고, 다른 직군의 사람을 어떻게 설득했으며, 그 협업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은 특정 전공자에게만 유리하지 않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진짜 강점을 드러나게 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그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과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HR이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의 문제를 함께 연결해 풀어낼 사람은 누구인가’입니다. 그 질문에서부터, 다양성은 비로소 조직의 진짜 경쟁력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90년대생 H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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