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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
미국의 언론인 존 배틀(John Battelle)이 2008년 설립한 미국의 ‘페더레이티드 미디어(Federated Media)’의 슬로건으로 ‘브랜드의 미디어화’를 이끈 유명한 문장이다. 유명 블로그들과 협력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페더레이티드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와 비즈니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브랜드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독자를 직접 상대하는 생산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브랜드의 미디어화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나는 브랜드가 외부 광고 매체나 매체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통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품보다 브랜드가 가진 세계관을 담은 스토리로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생산한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레드불(Red Bull)은 좋은 사례다. 레드불 창립자 디트리히 마테쉬츠( Dietrich Mateschitz)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는 것은 음료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생각의 방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쌓아 올린 세계관으로 레드불을 키워나가겠다는 말이다. 레드불의 이름을 단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레드불의 로고를 새기고 나온 스포츠 선수는 레드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초가 됐다.
The Red Bulletin(출처 Red Bull Media House)
본격적인 ‘미디어화’의 시작은 2007년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Red Bull Media House)’가 설립돼 잡지 ‘레드 불레틴(The Red Bulletin)’을 통해 익스트림 스포츠와 그 세계를 다루며 시작됐다. 레드 불레틴은 단지 레드불을 홍보하는 매체가 아니라 콘텐츠로서 독자적 생태계를 가진 미디어였다. 이렇게 구성된 브랜드 세계관을 다시 콘텐츠로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레드불이 2012년에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와 함께 진행한 스페이스 다이빙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는 한계에 도전하는 레드불의 세계관을 담아 콘텐츠로 구현한 것이다. 상공 39km성층권에서 바움가르트너가 자유낙하하는 모습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동시 시청자 수 800만 명을 돌파하며 당시 역대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최대 동시 시청자 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디어를 넘어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만든 레고
그러나 모든 미디어화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가장 흔하게는 부족한 제작 인프라와 역량으로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는 광고와 콘텐츠가 무리하게 섞이거나 브랜드 메시지가 콘텐츠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플랫폼 정책 변화나 알고리즘 등의 리스크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생겼다.
변화가 시작됐다. 브랜드가 단순한 미디어의 역할을 넘어, 직접 온·오프라인에서 플랫폼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외부 크리에이터 등을 비롯한 다양한 행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도록 진화했다.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와 외부 크리에이터, 사용자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오프라인의 공간·상품 등과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해 소비 경험을 이끌고 있다.
레고(LEGO)는 경영 위기를 미디어화에 이은 플랫폼화로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레고는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략을 취했다. 1990년말 레고는 블록의 창의성보다는 정해진 키트 위주의 구성, 블록이라는 본질과 무관한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위기에 봉착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레고는 브랜드 회복에 나섰다. 레고는 ‘레고 무비’ 시리즈 등을 제작하면서 브랜드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다. ‘레고 유니버스’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다소 평범한 미디어화 전략을 취하는 듯했지만 나아가 레고는 레고 유니버스를 사용자가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LEGO Ideas 홈페이지(출처 LEGO 공식 홈페이지)
‘레고 아이디어(LEGO Ideas)’는 팬이 직접 디자인한 레고 제품을 제안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만들었다. 1만 표 이상의 호응을 받으면 심사를 거쳐 공식 제품화하는데 실제로 ‘NASA 아폴로 새턴 V’, ‘그랜드 피아노’ 같은 많은 작품이 이 플랫폼을 통해 제품으로 탄생했다. 레고의 팬이 크리에이터가 되고 레고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레고 에듀케이션(LEGO Education)’은 단순히 놀이 제품이 아니라 학습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교육용 도구를 만드는 시리즈로 레고가 교육 플랫폼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면서 레고는 브랜드가 콘텐츠를 만들면 이용자가 콘텐츠를 확장하는 참여형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된 현대카드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카드가 문화·공간·이벤트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먼저 현대카드의 철학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대카드 브랜드 스페이스는 이제 외부 브랜드, 크리에이터, 소비자가 한 데 어울리는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쿠킹 라이브러리에서는 코카-콜라와 손잡고 오감을 깨우는 팝업 이벤트가 열리고, 언더스테이지에서는 DJ 소울스케이프가 큐레이션한 밴드 '와와와'의 공연이 펼쳐지는 한편, Red11에선 다양한 브랜디를 경험할 수 있는 '브랜디 마르쉐(Brandy Marché)가 진행되는 식이다. 즉 책, 음악, 술을 통해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전문가, 소비자가 참여해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은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으로서 현대카드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다빈치모텔에서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토크, 공연, 전시 등이 현장에서 펼쳐지며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 특히 축제 기간 동안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 일대에 위치한 브랜드 숍에서커피 브랜드 '맥심플랜트'의 커피 클래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마이플레저'의 위스키 클래스 등 다양한 워크숍이 진행되는데, 이 축제의 생산자인 현대카드가 아닌 브랜드 숍과 관객들이 참여함으로써 행사가 한층 진화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까지 진행되며 다빈치모텔은 브랜드, 크리에이터, 지역 사회, 관객, 네티즌 등이 한 데 어우러지는 거대한 축제가 되었다.
브랜드의 미디어화, 플랫폼화 경향은 앞으로 더 확장될 전망이다. 플랫폼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가 연결망을 이루는 구조, 즉 브랜드의 네트워크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팬 커뮤니티와 판매자, 디자이너가 서로 콘텐츠를 만들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소비하면서 브랜드 세계관을 함께 확장하는 형태를 구상해볼 수 있다. 플랫폼과 미디어로 진화하는 브랜드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미래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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