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B:yond] 조용한 브랜드가 오래 남는다



2025.12.24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의 모든 콘텐츠는
미디어에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콘텐츠 활용 시에는 출처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표기를 부탁 드립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의 마법, 브랜딩∙마케팅. 마냥 멋있다고 하는 것보다 알고 보면 새롭습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선보이는 칼럼 ‘B:yond’에서는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가 신선한 시각으로 브랜딩∙마케팅에 대해 풀어 드립니다.
‘B:yond’, 이번화에서는 감춰서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조용한 브랜드들에 대해 다룹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되고 있다. 도시의 간판부터 앱 화면, 쇼핑백, 패션 제품까지 하루에 사람들이 접하는 수많은 광고와 브랜드는 공해가 된 지 오래다. 영국의 광고 효과 분석 기업 Lunio AI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한 사람이 하루 평균 500개에서 1,200개의 브랜드에 노출되었는데 반해 2025년에는 평균 6,000개에서 10,000개로 반 세기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

많은 기업들은 이럴 때 일수록 강렬한 로고와 언어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오히려 소비자의 피로를 키운다. 미국의 광고 마케팅 미디어인 Advertising week에 따르면 소비자의 3분의 2는 자신이 접하는 광고 대부분이 지나치게 삶을 침해하며 자신과 연관성이 없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광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브랜드 과잉을 초래했고, 소비자들은 도리어 브랜드를 피하고 싶어한다.

이런 피로감은 소비 습관에서 먼저 드러났다. European Journal of Marketing에 실린 영국 사우스햄턴 대학교 등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 로고가 눈에 띄게 보일 때 제품 구매 욕구가 19% 감소했고, 소셜 미디어에 해당 제품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17% 줄어 들었다. 조사 대상자의 10%는 명품 브랜드가 눈에 띄는 로고를 사용할 때 브랜드의 진정성과 멋스러움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브랜드에-피로감-느끼는-소비자

에버레인(Everlane) 공식 홈페이지

소비자들은 자신을 설명해주는 브랜드보다 자신을 가리지 않는 브랜드를 원한다. 브랜드의 자아가 커질수록 개인의 공간은 좁아지고, 그 좁아진 공간을 사람들은 정확히 감지한다. ‘에버레인(Everlane)의’ 로고 없는 기본 티셔츠와 데님은 ‘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 되었고, ‘COS’와 ‘A.P.C.’처럼 절제된 실루엣과 로고 없는 디자인을 고집하는 브랜드는 꾸준히 팬층을 유지한다. ‘더 로우(The Row)’의 장식 없는 가방은 로고 대신 조용한 분위기만으로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

빈 공간이 더욱 선명한 이유

이 흐름은 단순한 미니멀리즘의 유행이 아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침묵의 브랜딩’ 전략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메시지다. 게슈탈트(Gestalt)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불완전한 정보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빈틈을 메워 완전한 형태로 인식하려는 본능이 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빈-공간이-더욱-선명한-이유-침묵의-브랜딩

게슈탈트 심리학의 예시로 사용되는 착시 이미지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여백’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상상력을 뛰어 놀 수 있도록 설계된 ‘무대’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스스로를 지우는 순간, 소비자는 그 여백 안에서 자기 삶을 더 선명하게 느낀다.

이 같은 ‘침묵의 브랜딩’에는 고도의 계산이 숨어 있다. 브랜딩을 하지 않는 척하지만, 사실은 그 ‘비어 있음’ 자체가 브랜드의 성질이 된다. 개인의 시간을 낚아채는 감각적 장식 대신, 개인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다. 브랜드는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 자신을 작게 만든다. 존재감을 줄이는 대신, 생활 속에서 스며드는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다.

침묵의 브랜딩은 ‘덜어내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무엇을 남길지 계산하는 작업이다. 브랜드를 전면에 세우지 않아도, 브랜드가 선명해지는 방식. 말하지 않아도 남는 분위기. 과잉의 시대가 남긴 피로 속에서, 조용한 브랜드들은 더 멀리, 더 오래간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말하지-않는-방식으로-말하는-브랜드

MUJI STORE GINZA (출처 MUJI 공식 홈페이지)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는 브랜드

과거의 브랜드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키웠다면, 지금의 브랜드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줄인다. 애플의 미니멀한 패키지, 무지(MUJI)의 ‘무(無)’ 중심 철학, 코스트코의 브랜드보다 가격과 실용성을 앞세운 전략까지. 과잉된 정체성 대신 잘 비워진 정체성은 하나의 방향이 된다. 브랜드는 사라지는 순간에도 말할 수 있고, 그 침묵으로 시장에서 강력한 힘으로 무한히 남긴다.

현대카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흐름을 실험해온 브랜드다. 현대카드가 만든 전시공간 '스토리지', 바이닐(Vinyl)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바이닐앤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이 현대카드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 두 공간은 공간 그 자체를 통해 현대카드 브랜드를 경험케 한다. 방문객들은 예술, 음악 등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가운데 현대카드라는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조용한-브랜드가-오래-남는-이유-여백형-브랜드

도널드 저드의 가구 전시 <Donald Judd: Furniture>가 열리고 있는
'스토리지' 전경
Installation view Donald Judd: Furniture, November 27, 2025 – April 26, 2026, Hyundai Card Storage, Seoul, Korea.
Donald Judd Furniture © Judd Foundation.

조용한 브랜드가 오래 남는 이유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저 브랜드의 방식’을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들. 이름만 들어도 색, 촉감, 분위기가 떠오르는 브랜드들. 정체성을 더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서 남는 잔향으로 자신을 구축하는 브랜드들. 사람들은 이런 브랜드 앞에서 불필요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브랜드가 남긴 여백 속에서 스스로의 취향을 꺼내 쓴다.

침묵을 전략으로 삼는 브랜드는 결국 ‘서술형’이 아닌 ‘여백형’ 브랜드다. 성능으로 설득하지 않고, 세계관으로 압도하지 않으며, 감정의 과잉을 강요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한 문장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는 방식이다. 관심을 얻기 위해 뛰지 않고,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존재가 된다. 그것이 지금 시대의 정체성이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추천 콘텐츠

"20세기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 국내 첫 가구 전시"

현대카드가 선사하는 영감의 순간

보러가기 보러가기-버튼

이 콘텐츠를 평가해 주세요.

등록완료

맨 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