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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때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편리한 가’에 있었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적은 노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곧 좋은 서비스로 여겨졌다. 클릭 한 번이면 결제가 끝나고, 다음 날이면 상품이 도착하며, 원하는 정보는 검색 몇 초 만에 손에 들어온다. 이때 소비자가 체감하는 ‘좋은 경험’은 거의 속도와 편의성으로 환원됐다.
하지만 편리함이 극단으로 치닫자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겼다. 차별화가 무너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린 결과, 도착 지점이 비슷해졌다. 속도는 상향 평준화됐고, 가격 비교는 투명해졌으며, 사용자 경험은 점점 비슷해졌다. 어떤 플랫폼에서 구매하든, 어떤 앱을 사용하든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편리함은 기본값이 됐고, 더 이상 선택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 ‘편하다’는 말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어려워졌다.
편리함만으로는 사람들이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연구로도 증명된다. 2011년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이케아의 플라스틱 수납 상자를 두고 한 그룹은 가이드북을 보고 상자를 직접 조립하게 했다. 다른 그룹은 이미 완성된 똑같은 상자를 구경하고 검사만 하게 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이 상자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얼마를 낼 용의가 있는지 경매를 부쳤다. 실험 결과 직접 조립한 그룹은 아닌 그룹보다 상자의 가치를 63% 높게 책정했다. 자신의 수고가 들어간 순간 제품에 객관적인 가치를 넘어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더 쉽게’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경쟁의 축이 ‘기능’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수고의 설계’다.
편리함 이후, 브랜드의 다음 전략
최근 주목받는 브랜드들은 일부러 과정을 남긴다. 사용자에게 선택을 맡기고, 시간을 들이게 하고, 물리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단순히 결과를 제공하는 대신, 그 결과에 도달하는 경로를 경험으로 만든다.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출처 DISPO 공식 홈페이지
사진 공유 앱 디스포(DISPO)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앱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필름 카메라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야 사진이 ‘현상’된다. 사용자는 기다려야 한다. 의도적으로 ‘즉시성’을 제거한 설계다. 디지털 시대에서‘즉시 확인 불가’는 명백한 불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이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 된다. 기다리는 동안 사용자는 사진에 대한 기대를 품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작은 감정의 폭발을 경험한다. 짧은 지연이 감정의 간격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사진 한 장의 무게가 달라진다. 즉시 소비되고 잊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얻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케아(IKEA)는 오프라인에서 같은 전략을 펼친다. 가구를 완제품 상태로 제공하지 않는다. 구매자는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직접 조립해야 한다. 설명서를 읽고, 부품을 맞추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제품의 일부를 소비자가 완성하도록 남겨둔 셈이다. 이 과정은 분명 번거롭다. 그러나 완성된 가구를 바라보는 순간,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만든 사람’이 된다.
출처 IKEA 공식 홈페이지
심리학에서는 이를 ‘노력 정당화’ 혹은 ‘이케아 효과’라고 부른다.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대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다. 들인 시간이 곧 가치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브랜드가 설계하는 수고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오히려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기억의 깊이를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불편이 아니라 ‘의도된 마찰’에 가깝다.
선택권을 사람들에게 준 현대카드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의도된 마찰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된 마찰을 즐기는 소비자도 항상 같은 욕구를 갖지 않는다. 즉,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그 브랜드는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대카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 브랜드다. 간편함과 편리함에서 머무를 수도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 수고로 사람들을 머무르게 한다. 시간은 경험이 되고 이 과정에서 현대카드라는 브랜드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일부 브랜드들이 강요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호불호를 이끌어 내는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선택된 참여, 자발적 불편함으로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례로 Red11은 1920~19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생긴 무허가 주점이나 주류 밀매점에서 유래한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의 느낌을 낸다. 스피크이지 바는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서 도착해서도 입구가 어딘지 헷갈린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Red11은 겉보기에는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볼 법한 홍콩식 딤섬바로 보이지만 딤섬바를 통과하면 프렌치와 쿠바 스타일이 혼재된 공간이 펼쳐진다. 무심코 즐겨도 Red11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스피크이지 바의 규칙과 세계를 알아가는 수고스러움과 함께 한다면 Red11은 또 다른 경험과 기억을 만들어 준다.
Red11
한 눈에 정리되고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상품과 혜택 정보만으로도 현대카드를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크롤을 조금만 더 내린다면 현대카드는 다른 세계도 안내해준다. 음악, 디자인, 트렌드, 테크 등 현대카드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발견해야 하는 대상이다. 스크롤을 내리며, 맥락을 읽고 접근해야 한다. 빠른 속도가 아니라 몰입으로 보는 이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강하게 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배경처럼 작동하며 경험을 제공하고 화면을 터치하는 손가락을 타고 읽는 이에게 스며든다.
좋은 브랜드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편리함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에서 머무를 수도 있지만, 수고를 통해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좋은 브랜드는 많은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은 편리함일 수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고를 통한 경험일 수도 있다. 기억과 경험을 남기는 브랜드는 곧 사람들에게 좋은 브랜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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