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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 보조를 넘어 하나의 주체로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요. 요즘에는 이 말이 다소 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지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넷플릭스가 '추천'한 콘텐츠를 그대로 시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시청 콘텐츠의 80% 이상이 추천 시스템을 통해 발견된다고 말합니다.
데이리스트 (출처: Spotify)
음악 감상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내가 원하는 노래를 다운로드하여 MP3에 담고 반복해서 들었지만, 최근에는 별도의 플레이리스트 없이도 취향 기반 추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포티파이에서는 전체 스트리밍의 약 30%가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추천은 선택을 돕는 보조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개인화를 이끈 데이터와 AI의 진화
이 같은 추천 서비스 뒤에는 데이터 수집과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해진 규칙 기반으로 일률적으로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전자책 한 권을 구매하면 같은 장르의 인기 도서를 추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용자의 개별 취향보다는 '조건 일치'에 집중한 정적인 추천이었던 셈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수집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가 넓어지고, 알고리즘이 진화하면서 추천 시스템은 점점 세분화되고 정교해졌습니다. 단순히 명시적인 선호를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무의식적인 행동 패턴까지 학습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입니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상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할 수도 있는 상품’을 제안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AWS 서밋 행사 (출처: Amazon)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검색 이력,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한 내역은 물론, 스크롤을 얼마나 내렸는지, 상품 페이지에 머문 시간은 얼마인지까지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소비 행동을 보인 사용자 그룹(코호트)을 형성하고, 해당 그룹에서 구매 전환율이 높았던 제품을 추천합니다. 즉, 지금 내가 보는 추천 상품은 '나'와 비슷한 수천 명의 소비 여정에서 검증된 결과물인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용자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비선형적인 소비 흔적만으로도 취향과 구매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좋아요' 버튼이나 상품 리뷰 같은 명시적 신호 없이도, 클릭과 체류시간, 탐색 순서만으로 나도 몰랐던 나의 기호가 추론되고 반영되는 것이죠.
일상으로 확산되는 추천 기술
이런 추천 시스템은 이제 플랫폼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유통 분야에서는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진열 순서나 할인 품목까지 자동 조정됩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유전자 분석 정보와 건강 습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양제나 식단을 추천하기도 하는데요. 금융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3층 시스템 (출처: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일찍이 추천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해,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3층 시스템'입니다. 3층 시스템은 현대카드 고유의 혜택 체계로 보유 카드의 특화 혜택과 현대카드 회원 공통 혜택을 담은 ‘1층 기본’과 정기 결제를 통한 구독형 혜택 ‘2층 구독’, 카드 결제 패턴 분석을 통해 매일 새로운 쿠폰이나 할인권 등 개인별 맞춤 혜택을 추천하는 ‘3층 선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특히 '3층 선물'과 '2층 구독'은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를 활용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쿠폰 및 구독 서비스를 추천함으로써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초개인화 AI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 하는 기본 단위인 '태그(tag)'를 기반으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기팅합니다. 유니버스를 통해 마케팅 효율도 크게 향상되었으며, 지난해에는 이 시스템을 일본의 카드사에 수 백억원대에 수출하며 금융업계 최초로 AI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한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추천 기술의 미래, 편리함과 책임 사이
추천 기술은 이제 취향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선택을 예측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맥락을 읽고, 필요를 인식하기 전에 먼저 제안하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일상은 더욱 효율적으로 설계되겠지만, 그만큼 개인의 판단 여지를 줄일 수도 있는 가능성도 함께 내포합니다.
생성 : ChatGPT-4o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균형 감각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는 분명 큰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사용의 윤리적 기준 또한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특히,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기업이 이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책임지는 태도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추천 기술은 더 똑똑 해지고 있지만, 그 뿌리는 결국 사람입니다. 우리를 이해하는 기술일수록, 우리에게 이해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재훈 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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