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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넓고 지저분한 모공이 스트레스인 30대 여성 김나라 씨(가명). 나라 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얼굴을 찍은 뒤 AI 스킨 분석 앱으로 모공과 피부결, 블랙헤드 분포를 진단받고 맞춤 제품을 추천 받습니다. 마음에 든 제품 세 가지를 골라 온라인몰에서 목표가를 설정해놓고, 제품을 하나로 추립니다. 뷰티 구매 혜택이 있는 카드로 결제를 한 뒤 한 달간 모공 넓이 변화를 체크해서 사용 리뷰를 올리고 포인트를 챙깁니다.
Chat GPT 생성 이미지
AI가 언제 어디서 왔기에 이렇게까지 소비행태가 달라졌을까요? AI라는 용어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컴퓨터로 동작하는 가상의 지능을 시사한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AI'라는 말은 이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나왔죠. 당시 스탠퍼드대의 존 매카시 교수는 '고도 지능의 컴퓨터 디바이스를 만드는 과학과 공학'으로 AI를 정의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AI는 소비 분야에서까지 막강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어디까지 부상했는지를 지불 체계와 소비자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지불 체계 - 사람 아닌 AI가 결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결제 시스템 혁신의 핵심 의제로 'AI'를 꼽았습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결제 혁신 컨퍼런스(Payment Innovation Conference)'의 주제를 '결제 분야의 인공지능(AI in Payments)'으로 선정한 것이지요. AI가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의 공식 무대에서 결제 인프라의 중요한 동력으로 논의됐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업체 중에는 구글 클라우드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지난 9월에 발표한 개방형 결제프로토콜 '에이전트 결제프로토콜(AP) 2'를 소개하기 위해서죠. AP2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 미리 설정한 범위 내에서 AI가 사용자의 권한과 의도를 정확히 검증한 뒤 안전한 구매와 결제를 하도록 하는 구조로, 현재 개발 중입니다. 사용자가 에이전트에 "콘서트 티켓을 예산 10만 원 한도 내에서 예매해"라고 말하고, 가격 한도와 조건이 기록된 위임장이 생성되고,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 결제되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웹사이트를 클릭하지 않아도 AI가 자동으로 결제까지 하는 기술이 이미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미국 월가의 스타 투자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AI 혁신은 거품이 아니다"라며 "AI와 블록체인, 로보틱스, 에너지 저장, 생명공학이 융합되고 있고 향후 5년 안으로 세계 GDP 성장률은 7%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 진보 - 가격을 해독하는 초합리성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을 내년 소비 흐름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뽑았습니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암호를 풀듯이 가격을 철저히 해독해서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초합리적인 소비 행동을 뜻합니다. "왜 이 가격이야?"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가격표를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접하는 것이죠.
트렌드 코리아 2026 (출처 미래의창)
프라이스 디코딩은 어떻게 할까요? 프라이스 디코딩은 가치 분해로 이뤄집니다. 순수하게 이 물건 자체가 얼마인지를 보는 '상품 가치'와 본인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 프리미엄을 더해주는 '브랜드 가치'로 나눠서 가격을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제 소비는 브랜드의 일방적인 '독백'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가치를 검증하고 합의해 나가는 '대화'"라고 설명합니다.
프라이스 디코딩을 AI를 통해 실천한다면, 온라인몰에서 3~6개월 사이의 가격 이력을 보여주는 가격 추적 표시를 활용하거나 수많은 리뷰들을 'AI 리뷰 요약' 기능으로 추려보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AI의 개인화 추천을 의식적으로 거꾸로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사이트에서 로그아웃하거나 시크릿 모드로 접속해 '비개인화'한 제품과 가격들도 살펴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로그인한 채로 같은 여행지를 여러번 검색하면 여행 상품을 결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더 높은 가격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찐 데이터'
이렇듯 소비자와 지불 체계 모두 진보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수록 중요해지는게 '진짜배기 찐 데이터'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진짜' 정보, '진짜' 데이터가 귀해진 것이죠. 이럴 때 업체들이 AI로 분석한 알짜 정보를 활용하면 일일이 발품 팔지 않아도, 소비자가 직접 AI를 활용하지 않아도 믿고 보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현대카드 3층 시스템
현대카드는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3층 시스템'입니다. 3층 시스템은 현대카드 고유의 혜택 체계로 보유 카드의 특화 혜택과 현대카드 회원의 공통 혜택을 담은 ‘1층 기본’과 정기 결제를 통한 구독형 라이프스타일 혜택을 제공하는 ‘2층 구독’, 카드 결제 패턴 분석을 통해 쿠폰과 청구할인 등 매일 새로운 개인별 맞춤 혜택을 추천하는 ‘3층 선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특히 '3층 선물'과 '2층 구독'은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를 활용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혜택 및 구독 서비스를 추천함으로써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내의 한 여행 플랫폼 업체는 세계 120개 도시 정보와 150만여 건의 후기 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 맞춤형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고거래 통계를 AI 기반으로 분석해 MZ세대를 공략하는 리커머스(Re-commerce) 업체들도 있지요.
처음에 등장한 나라 씨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나라 씨가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겠죠. 하지만 AI만이 해법일까요?
오돌토돌한 요철이 말끔히 사라지고 모공이 싹 청소되는 마법 같은 화장품들. 요술을 부린 것 같은 SNS 광고 속 제품 후기에 혹해서 보자마자 질러버리진 않았나요? 좀 더 신경 써서 블로그에 검색해 다른 후기를 찾아봤더니 '이 후기는 제품을 제공받아 체험한 뒤 작성 되었습니다'라는 문구에 김빠지진 않았나요? 아니, 더 신경 써서 블로그에 '내돈내산 후기'로 검색해 후기 두어 개를 쓱 훑은 뒤 결제해버렸다가 이 제품 저 제품 쌓아두진 않았나요?
AI 시대에 누리는 소비생활을 하기 위한 소비자의 자세를 생각해 봤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김난도 교수의 저서에 나온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이 책에선 나를 잘 아는 알고리즘 추천이 늘면서 검색이 사라진 '제로클릭(Zero-click)'도 내년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소개되긴 합니다. 하지만 같은 책도 결국 소비자는 초합리적 소비 행동을 한다고 나옵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라는 문장도 나옵니다. '결국 인간'. 두 단어를 잊지 말고 현명한 소비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고상아 라이프스타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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