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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밤 11시,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대형트럭들이 거대한 몸집을 나란히 누이고 잠을 청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곳의 밤은 지금보다 훨씬 분주하고 소란스러웠다.
화물차주들이 공중전화 박스 앞에 길게 줄을 서서 동전을 쌓아두고 집으로 안부를 묻거나, 식당 구석에서 꼬깃꼬깃한 영수증 더미와 계산기를 붙들고 밤새 씨름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운전석 뒤에 마련된 아늑한 침대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스마트폰 불빛만이 고요한 캐빈 안을 채운다.
대한민국 물류의 모세혈관을 잇는 트럭커들의 삶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인류학적 변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통신 기기일 수 있지만, 트럭커에게 스마트폰은 고립된 노동의 굴레를 벗겨낸 해방의 도구였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먼지 쌓인 지도와 마당발의 전성시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트럭커의 필수품은 대시보드 한편에 꽂힌 혹은 조수석에 툭 던져진 두툼한 전국 도로 지도책이었다. 낯선 목적지에 갈라지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먼지 쌓인 책장을 넘기며 돋보기를 보듯 깨알 같은 길을 짚어가야 했다.
자연스레 전국 도로망을 줄줄 꿰고 있는 베테랑 운전자들이 권력을 가졌다. 이른바 마당발이라 불리는 이들은 물류 거점의 터줏대감들과 쌓은 인맥으로 소위 돈 되는 ‘탕뛰기(단거리 반복 운송)’ 물량을 독점했다. 초보 차주들은 이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고 담배 한 갑이라도 건네며 정보를 얻는 인맥 영업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도로 위 유일한 친구는 찌지직거리는 무전기였다.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무전기 채널을 맞춰놓고 생면부지의 동료들과 노래 콘테스트를 열어 목청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한 번 집을 나서면 보름씩 길 위를 떠도는 이산가족의 삶 속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그리워 공중전화 박스를 찾던 모습은 그 시절의 가장 흔하고도 서글픈 풍경이었다.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정비소 번호를 몰라 인근 마을까지 히치하이킹을 하던 시절, 트럭커는 고립된 섬과 같았다.
현대커머셜 ‘콜오더(Call Order)’ 서비스 화면
투명해진 정보로 이뤄진 시장 경쟁 시스템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등장한 배차 플랫폼은 이러한 폐쇄적인 시장의 룰을 단번에 깨뜨렸다. 과거 특정 인맥이 독점하던 일감 정보가 실시간으로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이제 차주들은 터치 한 번으로 내 위치에 맞는 물량을 찾고, 전용 내비게이션으로 경로를 안내받는다. 심지어 대형트럭이 갈 수 없는 지역도 알아서 피해서 안내해준다. 지도책 베테랑의 권위가 플랫폼의 데이터 앞에 무너진 셈이다.
정보의 투명화로 물량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화주와 차주 사이에 시장 흐름에 따른 가격 설정이 가능해졌다. 과거 인맥 영업 시절에는 단골 화주와의 의리로 보장받던 적정 운임이 사라지고, 오로지 숫자로만 평가받는 경쟁 시스템이 디지털화로 이뤄진 것이다.
손안의 사무실, 영수증 뭉치를 데이터로 바꾸다
디지털의 파고는 단순히 일감을 찾는 것을 넘어 운전석 옆자리의 풍경까지 바꿔 놓았다. 과거에는 주유 영수증과 수기 장부, 비상용 현금 다발이 든 가방이 1평 남짓한 캐빈을 채웠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앱 하나가 총무와 경리의 역할을 대신한다. 현대커머셜의 고트럭(GoTruck)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물류업에 종사하는 차주들은 물류 중개 플랫폼에 가입해 운송 물량을 찾아왔다. 물류 중개 플랫폼은 일감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월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운송 건별로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있었다. 화물 무게, 적재 형태 등 일감 정보가 부정확해 겪는 어려움도 존재했다.
현대커머셜이 선보인 '콜오더'는 상용차 차주들의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하고, 신뢰성 높은 일감 찾기를 중개하는 무료 서비스다. 차주들은 현대커머셜 '고트럭' 앱만 다운받으면 쉽게 일감을 찾을 수 있으며, 화물을 보유한 화주사는 운송지원시스템에 접속해 직접 발주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또한 콜오더로 일감이 정해지면 상용차 전용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배차부터 최적 경로 안내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유목민에서 경영자로, 되찾은 인간의 시간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편리함이 아니라 시간의 탈환에 있다. 과거 정산하고, 일감을 구걸하고, 길을 헤매고, 정비소를 수소문하는 데 버려졌던 비생산적인 시간들이 이제는 수익을 고민하는 경영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과의 연결이다. 이제 휴게소 공중전화 줄을 서는 대신, 식사 시간마다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아이의 사랑스러운 웃는 얼굴을 본다. 몸은 도로 위에 있지만 마음은 가정과 실시간으로 연결된 삶. 상용차주들은 이제 정보의 약자가 아닌 당당한 1인 기업가로서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컨트롤하고 있다.
지도책 대신 스마트폰을 쥔 그들의 손은 더 이상 고립되지 않았다.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만 대의 트럭 안에서 스마트폰은 가장 조용한 엔진이 되어 물류의 미래를 경영하고 있다.
이서정 상용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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