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는 소비생활] 우리는 결국 '경험자산'을 추구한다

백화점 VIP 행사장

#소문난 워커홀릭인 직장인 이 모 씨.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해 여가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일에 치여 살던 이 씨는 종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필요했다. 색다른 경험을 위해 이 씨와 이 씨의 절친은 몇 해전부터 생일 때마다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 듣는다. 생일을 기념해 은반지 공예, 철사를 구부려 만드는 와이어 아트, 여권 가죽 지갑 만들기, 꽃꽂이 등의 수업을 듣고 작업물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 몇 만원의 수강료로 해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특별한 선물을 채워갔다. 이 씨는 매년 생일을 앞두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렘을 느낀다.

#백화점 VIP 고객인 프리랜서 신 모 씨. 작년 한 해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쓴 VIP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VIP 초청 파티'에 초청 받았다. 1박 2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최고급 호텔 숙박권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VIP 초청 파티를 위해 마다했다. 1년에 한 번, 3시간이면 끝나버리지만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다. 신 씨는 서울에 한 고급 호텔에서 열린 VIP 초청 파티에 참석해 합창단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고 코스요리를 먹으며 잊을 수 없는 3시간을 경험했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들은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들은 손 위에 올릴 수 있는 값비싼 물질보다 가슴 속에 담긴 깊은 시간의 인장을 선택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지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집안에만 사무실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너무 아까운 시간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향해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싱숭생숭 올라옵니다. 여행, 공연, 책, 미술관 등 하고픈 게 늘어납니다. 저는 이런 사례들을 모두 가리켜 "경험자산을 쌓았다"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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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

'경험'과 '자산'을 합한 경험자산이란 단어가 성립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하실 수 있겠습니다. 지식을 자산으로 간주하는 지식경영 이론에서 유래한 경험자산은 개인이나 조직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 기술, 통찰 등을 미래에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해석하는 단어입니다. 경험자산이라는 단어를 가장 쉽게 설명한 예시는 2023년 나온 <역전하는 법>이란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인 빌 퍼킨스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컨설팅 서비스 회사의 CEO이자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포커 플레이어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지론은 이렇습니다. 인생이라는 비즈니스는 경험의 총합이며 추억은 인생의 퇴직 연금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억은 미래 자신에 대한 투자이며 추억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합니다. 경험의 추억을 다른 이와 공유할 때마다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도 함께 곁들입니다. 배당금을 생각하면 경험 투자를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도 강조합니다.

방송인 백지연 씨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 사람(자수성가형 부자)들은 여행을 왜 가냐면 경험을 사러 가더라고요. 거기에만 있는 향토 음식 먹어보고 거기에서만 볼 수 있는 거 경험해 보고 이런 데는 돈을 쓰죠."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허투로 돈을 쓰지 않지만 경험은 돈 주고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Loved by Hyundai Card

고객들의 경험자산을 채워주기 위해 기업들도 나섰다

과거에는 자산이라는 표현은 금전적인 의미에 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산의 의미가 넓어지면서 경험도 하나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자산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문화 이벤트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열어온 현대카드는 최근 현대카드 회원만을 위한 ‘선예매 특권’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공연 문화 브랜드 ‘Loved by Hyundai Card’를 선보였습니다. 요즘 인기 공연은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카드는 선예매 기회를 제공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특권을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험자산의 중요성은 VVIP의 세계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VVIP 전용카드 'the black'의 회원에게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 CEO와의 조찬 모임,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의 프라이빗 공연 등 단순히 돈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며 VVIP 카드의 정의를 새롭게 했습니다. 한 수입차 업체는 모험 가득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오프로드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자사 차량에 탑승하는 경험을 넘어 진천 캠핑장 인근 오프로드 코스를 차로 직접 달리며 차량의 주행 성능과 첨단 기술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난해 9월 양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캠핑과 공연, 수상 레저 스포츠를 함께 즐기며 색다른 경험자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수입차 업체는 참가자들이 자동차 경주장에서 드림카 수십 대를 타고 질주해 보는 로드쇼를 매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과 미래 고객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경험자산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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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가까이에도 경험자산은 있다

경험자산을 쌓는 데는 많은 돈이 드는 건 아닙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경험자산의 종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행, 해외 살이, 배우기, 책 쓰기, 자격증 따기, 공연 스포츠 관람하기, 기부하기, 봉사하기, 빠른 은퇴 등 다양하지만 값비싼 물건보다는 경험과 관련된 소재가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우리 모두는 결국 경험자산을 좇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경험은 자주 찾아오지 않고, 자주 잡을 수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조금씩 경험자산을 쌓아가는 게 답입니다. 집에서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본인 스타일로 플레이팅해서 먹으며 충족감을 얻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서비스부터 하나하나 똑똑하게 이용해 나가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경험부자가 되는 그날까지,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고상아 라이프스타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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