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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셜 타임스] 도로 위의 사장님: 1,825일의 트럭 차주 생존 방정식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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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알겠는데 상용차는 뭐지?”
현대자동차그룹 상용차 부문의 유일한 캡티브 금융사 현대커머셜이 선보이는 상용차 전문 칼럼 ‘커머셜 타임스’.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영업용 자동차’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트럭, 버스, 레미콘 트럭, 탑차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면서 잘 알지 못했던 상용차(Commercial Vehicle)의 세계를 다룹니다. 이번 화에서는 각 자의 삶을 위해 60개월 할부로 대형 트럭을 구매한 화물차주의 마지막 할부금을 내기까지 5년을 그립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수백 명의 대형 트럭 차주들에게 물어봤다. 화물 운송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고. 그들은 십중팔구 같은 장면을 회상했다. 할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가족과 함께 방문한 출고센터에서 트럭 열쇠를 처음 건네받던 순간이다. 반질반질한 열쇠를 손에 쥐고 운전석 계단을 올라 처음 시동을 걸던 그날의 감각은, 몇 년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런데 또 하나 같이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는 말을 더한다. 차고지를 나서 첫 운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어느새 다른 숫자들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이 차가 하루라도 쉬면 수익은 ‘제로(0)’지만, 할부금과 보험료, 차량의 감가상각은 단 하루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3억 원이 넘는 최신 트럭. 평균적으로 6~8% 안팎의 금리에 60개월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이다. 월 상환액에 유류비, 보험료, 통행료, 소모품 교체비까지 더하면 차 한 대를 굴리는 고정 비용은 월 수백만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흔히 이 금액을 ‘본전’이라 부른다. 본전도 못 건지는 달이 이어지면 아무리 튼튼한 사업체도 버티기 어렵다. 트럭 차주로 산다는 것은 운전을 업으로 삼는 일이기도 하지만, 수억 원짜리 사업체를 혼자 꾸려 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처음부터 하드 모드인 이유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아파트-한-채-값의-트럭-그것은-사업체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아파트 한 채 값의 트럭, 그것은 사업체다

요즘 25톤 대형 트럭의 사양은 화려하기만 하다. 600마력 내외의 고마력 엔진에 12단 자동변속기, 기존 사이드 미러를 대체해 사각지대를 없애 주는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 대형 디지털 계기판에 항공기급 에어 서스펜션 시트, 요추 지지대와 통풍 기능까지. 운전석 뒤로는 냉장고와 침대, 전자레인지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90km/h 정속으로 5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질 만하다.

그런데 베테랑 차주들은 이 사양들을 다르게 읽는다.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은 편의 장치가 아니라 사고라는 최악의 손실을 막는 안전장치다. 대형 트럭 사고 한 번이면 수리비와 보험료 할증, 영업 공백까지 합산해 수천만 원이 날아간다. 침대와 냉장고도 낭만의 산물이 아니다. 야간 운행과 장거리 대기를 버텨내기 위한 체력 관리 수단이다. 트럭 안의 모든 것은 수익성이라는 렌즈로 다시 읽힌다.

그래서 첫 트럭을 뽑기 전에 먼저 계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차로 월 얼마를 벌어야 손익분기를 넘는지, 어느 권역을 주력 노선으로 삼을 것인지, 운송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그 회사의 일감을 받을지, 아니면 직접 일감을 찾을 것인지 등, 아무런 계획도 없이 아파트 한 채 값을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트럭도 마찬가지다.

2~3년 차, 공차율이 내 월급을 결정한다

초반의 긴장이 가라앉으면 다른 감각이 자라기 시작한다. 어느 시간대 출발이 수도권 정체를 피하는지, 돌아오는 길에 공차(空車)로 달리는 거리를 어떻게 줄일지, 어떤 화주가 단가는 박하지만 물량이 꾸준하고 어떤 화주가 단가는 좋지만 배차가 불규칙한지. 베테랑들이 말하는 ‘손에 잡힌다’는 감각이 바로 이것이다.

공차율은 차주 수익성의 핵심 지표다. 짐을 싣고 달린 거리보다 빈 차로 달린 거리가 길어지면, 아무리 단가가 좋아도 실질 수익은 뚝 떨어진다. 가는 길 물량을 잡는 것은 누구나 하지만, 오는 길 물량까지 꿰차는 차주는 그렇지 못한 차주와 월말 통장 잔고가 다르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뉴스룸-차주-수익성의-핵심-지표-공차율

현대커머셜 ‘콜오더(Call Order)’ 서비스 화면

일감을 더욱 편리하게 검색하고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무료 서비스인 현대커머셜의 '콜오더(Call Order)'는 공차율을 낮추는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신뢰성 높은 일감 찾기를 쉽게 중개해주는 콜오더는 현대커머셜의 ‘고트럭’ 앱만 있으면 된다. 이와 함께 상용차 전용 내비게이션 ‘아틀란 트럭’과 연동되어 있어 운행 편의성도 높다. 일감만 정해지면 그 즉시 출발지와 도착지 정보가 ‘아틀란 트럭’으로 전달돼 운행거리, 시간, 그리고 경로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60개월이 끝나는 날, 비로소 열리는 선택지

우여곡절 끝에 5년을 버텼다. 마지막 할부금이 빠져나가는 날이 온다. 60번 알림 메시지와 함께 매달 통장에서 사라지던 돈이 처음으로 고스란히 손에 남는 달. 트럭은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는데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 오는 순간, 마치 오래된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알림처럼 차주는 비로소 선택의 주도권을 손에 쥔다.

첫 번째는 차를 파는 것이다. 꼼꼼히 관리된 25톤 트럭, 특히 고마력 유로6 이상 엔진을 얹은 차량은 5년이 지나도 중고 시장에서 상당한 잔존 가치를 유지한다. 매각 대금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5년을 버텨낸 시간이 비로소 목돈으로 치환된다. 차주들이 이 순간을 ‘5년 만기 적금을 타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목돈을 종잣돈 삼아 더 나은 조건의 신차를 계약하고, 다음 사이클을 시작한다.

두 번째는 확장이다. 기존 차량을 유지한 채 기사를 한 명 고용하고, 신차를 한 대 더 계약하는 방식이다. 기사에게 월급을 주고, 두 대가 만들어내는 수익 구조를 설계한다. 혼자 달리던 데서 사람을 쓰는 사업자로 올라서는 이 선택은 리스크도 크지만, 수익의 규모 자체가 달라진다.

세 번째는 그냥 계속 타는 것이다. 가장 조용하지만, 많은 베테랑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할부금이 사라진 자리에 이제 그 돈이 그대로 수익으로 남는다. 차는 똑같이 달리는데 손에 쥐는 수익이 달라지는 첫 달, 5년 동안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내 차로 버는 진짜 수익’을 처음으로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다. 다음 수를 서두르지 않고 이 국면을 즐기는 것,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어느 선택이 옳고 그른지는 정답은 없다. 다만 이 세 갈래 길의 질은 1,825일을 어떻게 달렸느냐에 따라 갈린다. 차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했는지, 공차율을 얼마나 낮게 관리했는지, 화주 관계를 얼마나 탄탄하게 쌓았는지. 이 게임에서 결산 화면의 숫자는 그 시간들의 합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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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출처 현대자동차)

다음 사이클은 이미 시작됐다

한 사이클이 끝나도 게임 클리어나, 게임 오버는 없다. 신차 계약서에 다시 도장을 찍는 날, 혹은 새로 고용한 기사에게 처음으로 월급을 건네는 날 그것이 다음 사이클의 시작이다.

베테랑 차주들이 신규 차주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처음 3년이 제일 힘들다. 그 말의 진짜 무게는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오늘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만 대의 트럭 안에서, 저마다의 1,825일을 묵묵히 설계하는 경영자들이 핸들을 쥐고 있다. 누군가는 이 하드 모드를 막 시작했고, 누군가는 첫 번째 사이클의 분기점 앞에 서 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이서정 상용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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